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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 교수의 선(禪) 이야기-1] 네 마음을 가져와라!
[박규리 교수의 선(禪) 이야기-1] 네 마음을 가져와라!
  • 요가저널 코리아
  • 승인 2021.03.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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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괴로운 순간도 많다.
실제로 몸이 아파서 그럴 수도 있지만, 몸과는 상관없이 그저 내 마음이 힘들고 편치 못해 괴로울 때도 부지기수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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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통증이 있다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왜 우리는 시시때때로 분노와 좌절, 슬픔과 자책감 등으로 아파하는가. 그리하여 그 마음의 고통 때문에 때로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는 것인가마음의 고통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시도 때도 없이 나를 아프게 하고 괴롭히다가, 한 순간에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섭고 강력한 내 속의 폭약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아니, 이 마음이란 게 실제로 내 속에 있기나 한 것인가?

중국선종의 초조로 일컬어지는 보리달마(Bodhidharma) 대사는 이 마음의 문제를 아주 핵심적으로, 현실적으로 다루고 해결한 선사로 유명하다. 6세기 초에 남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대사는 당시 최고의 권력자이자 불교신자였던 양무제를 만난다그러나 진실한 법이 아닌 세상의 복만을 구하는 양무제의 수준을 간파하고는 미련 없이 양나라를 떠나 위나라 소림사 토굴로 들어간다.

보리달마는 인도 파사국 남부 지방의 천축향지국 팔라바 왕가의 왕자로 출생하였으나, 왕족의 허울을 벗어던져버리고 북위 제국의 평범하기 짝없는 불제자로 귀화한 중국 북위의 불교 승려이다
보리달마는 인도 파사국 남부 지방의 천축향지국 팔라바 왕가의 왕자로 출생하였으나, 왕족의 허울을 벗어던져버리고 북위 제국의 평범하기 짝없는 불제자로 귀화한 중국 북위의 불교 승려이다

그곳에서 9년을 묵언정진하며 자신의 법()을 전해줄 제자만 기다리던 어느 날, 한 젊은 스님이 달마대사를 찾아왔다. 바로 혜가스님이었다. 혜가스님은 경전공부도 많이 하고 수행도 많이 했지만, 늘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의 번민과 불안으로 고통스러웠다. 인생의 고()를 끊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건만 중국 천지를 헤매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고통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해줄 진정한 도인은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그러던 차에 소림사에 9년 동안이나 면벽수행하시는 도가 높은 바라문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은 혜가스님은 그 길로 소림사로 달려갔다. 그러나 소림굴 앞에서 아무리 뵙기를 간청해도 달마대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묵묵히 참선만 하고 있었다. 혜가스님은 밤새 허리까지 쌓이는 눈을 맞으며 해가 뜰 때까지 서서 합장을 한 채 기다렸다. 살을 에는 눈보라가 온산을 몰아치는 매서운 겨울밤이었다.

이 모습을 본 대사가 마침내 물었다.
무엇을 알고 싶으냐?”
제 마음이 항상 불안하여 고통스럽습니다. 부디 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달마대사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지금 네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편하게 해주리라.”

이 말을 듣고는 부리나케 그 불안한 마음을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대사여, 아무리 찾아도 제 불안한 마음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자 달마대사가 말했다.
네 속에서 찾을 수 없는데, 그것이 어찌 네 마음이겠느냐?”
“......?”
혜가여, 네 마음은 이미 편안해졌느니라!”

그 순간, 그토록 불안하고 고통스럽던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것이 그 유명한 달마대사가 혜가스님에게 준 안심법문이다.

우리가 괴롭다, 불안하다, 슬프다, 화난다고 할 때, 과연 그 마음은 내 속 어디에 있는 것인가? 실로 그 마음은 내 속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그저 잠시잠깐 내 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안이비설신의(몸과 정신)의 감각에 따른 감정의 작용일 뿐이다. 따라서 괴로움이나 슬픔, 불안, 아픔 따위의 감정들도 실제로는 내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파도가 치면 물거품이 일어났다 사라지듯, 잠시 잠깐 스치는 물거품과 같다.  전선을 연결하면 스파크가 튀다가 전선을 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이라는 실체가 내 몸 속 어딘가에 있어 그것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고 착각한다. 그리하여 어리석게도 인간은 때로 실제 아픔보다도 허상의 아픔에 더 고통 받으며 소중하고 아까운 인생을 탕진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부처님께서는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다. 어떤 사람이 숲에 있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독 묻은 화살을 맞았다. 그의 가족들이 놀라 의사를 불러 화살을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독화살을 맞은 사람은 너무도 억울해서 이 화살이 어디에서 온 건지, 누가 쏜 건지, 그 범인부터 찾아야겠다고 화살을 뽑지못하게 하며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치료를 거부한 채 독화살을 쏜 사람을 원망하며 그를 잡으려고 시간을 탕진하는 사이에 그만 독이 온몸에 퍼져 죽어버렸다.

사람은 누구라도 세상을 살면서 제1의 화살은 맞을 수 있다. 얼마든지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감정에만 휩쓸려 분노하고 괴로워만 한다면, 제가 만든 제2의 독화살을 스스로에게 쏘는 격이 된다.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난다해도 감정을 추스리고 먼저 독화살부터 빼야 한다. 그래야 내가 쏜 제2의 독화살에 내가 맞아 죽지 않을수 있다.

그렇다. 인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의 연속이다예측할 수 없는 행복과 불행이 찾아오기도 하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지경에 빠졌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상황 속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실의 상황과 내가 만든 제2의 감정을 혼동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 상황이고 무엇이 가짜 망상인지를 순간순간 알아차리면서괴로운 마음이란 잠시 잠깐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가 조건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질 아지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그리하여 이 모든 고통이란 허깨비 같은 감정이 만들어 내는 속절없는 마음의 장난일 뿐이라는 것을, 시시각각 눈 똑바로 뜨고 알아차리면서 말이다.

 

네 괴로운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지금 당장 내놔 봐라!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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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노력할 것도 없다. 괴로운 마음이란 애당초에 없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괴로운 마음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고통이 사라진 그 자리엔 오직 편안한 마음’ 만이 오롯이 남는다.

 


 

 

칼럼: 박규리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시인.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졸업. 철학박사. 저서 <경허선시연구> 논문 진각혜심의 간화선사상과 선시와의 상관성,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에서 설하는 지혜와 자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관한 불교사상적 고찰등 다수. 시집 2004<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2010제비꽃서민 시인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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