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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차카르마 처방전: 어느 요기의 21일간의 경험 ①
판차카르마 처방전: 어느 요기의 21일간의 경험 ①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1.02.26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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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차 뭐요? 아유르베다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독 요법인 판차카르마를 전한다.
Photo by Milada Vigerova on Unsplash
Photo by Milada Vigerova on Unsplash

 

 

 

판차카르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미리 경고하겠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한 요기가 21일간 판차카르마를 실시하며 새롭게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변기에 앉아 오른손으로 오른쪽 귀를 잡고 상체로 원을 그리고 있다. 이곳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아트 오브 리빙 리트릿 센터의 샹카라 아유르베다 스파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사우나에 앉아 긴장을 푸는 대신에 변이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

오늘은 센터에 머무는 8일간의 여정 중 여섯 번째 날이고, 난 이곳에서 전통적인 판차카르마 정화 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오늘은 위레차나, 즉 장을 지나칠 정도로 싹 비우는 날이다. 물론 판차카르마엔 이런 것 말고 멋진 치료법도 많다. 나도 일주일 동안 그런 치료를 충분히 받았다. 판차카르마 전문가들이 따뜻한 기름으로 마사지를 해 주고, 치유력을 지닌 약초가 담긴 주머니로 근육을 두들겨 긴장을 남김없이 해소해 줬으며, 3의 눈에 따뜻한 기름도 떨어트려 줬다. 모두 신경계를 재부팅시켜서 몸에 필요 없는 것들을 배출하는 치료법들이다.

하지만 판차카르마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엄격한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고, 하루 시간을 내서 24시간을 배변에 투자해야 한다.

위레차나는 단순히 몸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감정까지 정화하는 과정이다.
위레차나를 실시하면 몸에 지니고 다니던 수많은 습관과 기억, 즉 삼스카라를 놓아줄 수 있다.” 아유르베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메다 가루드가 말했다.
말이 쉽지.’ 며칠 동안 부글거린 배를 잡고 속으로 생각했다.

요가 강사이자 아유르베다 건강 상담사, 센터의 스파 및 사업 개발 책임자인 킴벌리 로시는 장을 꽉 붙잡고 놔주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내게 말했다. 내가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저절로 겸손해졌다. 결국 센터의 아유르베다 의사인 바이드야 로케시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이 기이한 의식을 치르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판차카르마를 할 때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판차카르마는 나의 생활 습관을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정화 요법이었다. 그리고 판차카르마가 내게 던진 질문은 결국 이렇게 요약됐다.
'내가 살면서 내리는 선택들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답은 아직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21일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답을 찾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Photo by Chinh Le Duc on Unsplash
Photo by Chinh Le Duc on Unsplash


나의 장이 이토록 반항하는 것은 내가 습관적으로 반항하며 살아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트 오브 리빙 리트릿 센터로 여행을 떠나 고강도의 해독 치료를 받을 기회가 찾아왔을 때만큼은 망설이지 않고 갈게요라고 답했다. 판차카르마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다. 20대 대부분을 인도에서 보내며 판차카르마 치료를 받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차카르마 치료를 마친 사람의 심신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내겐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보였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열성적인 태도로 판차카르마 치료에 임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심약한 사람은 판차카르마를 못 한다.” 뉴멕시코 산타페에서 기능 의학에 아유르베다를 접목해 환자를 치료하는 통합의학 의사인 에릭 그라서가 말했다. 심지어 고대 문헌에서도 건강 상태가 비교적 좋은 사람만 판차카르마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신이 허약한 사람이 하기엔 판차카르마가 너무나도 격렬하다.” 가루드가 말했다.

 

판차카르마의 치료 강도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치료 효과가 점차 누적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판차카르마는 3단계로 이루어진 해독 과정이며, 전통적으로 3주간 실시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에 변화를 줘서 판차카르마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다고 알려진 두 번째 단계에 대비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에선 두 번째 단계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형성한다. 대화를 나눠 본 모든 아유르베다 의사들은 세 단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 판차카르마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화를 통해 몸속의 필요 없는 것들을 배출할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다행히도 난 건강했고, 대대적인 변화의 과정을 버텨 낼 자신도 있었다.

아트 오브 리빙 리트릿 센터로 떠나기 일주일 전에 식단에서 유제품과 고기, 설탕, 카페인, , 가공 식품을 빼 버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모두 소화에 짐이 된다고 여겨지는 음식들이었다. 심지어 채소도 금지였다. “채소의 섬유질이 해독 과정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 가루드가 말했다. 또한 식간에는 소화력을 강화하고 독소를 내보내기 위해 온수만 마셨다.

키차리
기버터를 넣은 키차리

 

냄비에 바스마티 쌀과 멍달, 기 버터를 듬뿍 넣고 향신료로 가볍게 간을 해서 만드는 키차리와는 덕분에 새로운 절친이 됐다. 아침, 점심, 저녁 전부 키차리였다.
기 버터를 왜 그렇게 잔뜩 넣었냐고? 체내 불순물 배출에 좋기 때문이다.
대부분 독소는 지용성인데, 간은 독소가 배출되기 좋게 수용성으로 만든다. 그리고 기 버터 같은 기름은 세제 역할을 한다. 독소에 달라붙어서 몸 밖으로 몰아낸다.” 그라서가 말했다.

일주일간 식단에서 설탕과 카페인을 빼 버리고 죽 같은 음식만 먹으니까 항상 짜증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다음 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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