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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경 칼럼] 호흡과 마음
[조옥경 칼럼] 호흡과 마음
  • 곽지혜
  • 승인 2021.01.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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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업이 끝나고 참여자 중 한 분이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해왔다. 면담의 사유를 묻자 50대 가정주부로 보이는 마른 체격의 여성은 단정한 얼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교수님, 저는 체력이 약해서 고민이에요. 힘이 없고 삶의 의욕도 없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 눈을 응시하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은 그 문제로 그녀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문제는 중년의 여성에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갱년기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울화가 치밀면서 매사에 의욕도 떨어지고 자질구레한 일상이 귀찮기만 한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현모양처로 십수 년을 성실히 살았지만 남편은 바깥 일로 정신이 없고, 다 자란 아이들 또한 또래들과 어울리느라 엄마는 항상 뒷전이다. 눈치를 보다가 아이를 향해 대화를 시도하면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는 짧고 퉁명스러운 대답만 성의 없이 던질 뿐이다. 온 정성을 기울여 돌보아온 가족들에게 이런 식의 푸대접을 받으면 불현듯 자신이 살아온 삶이 억울하고 다소 비참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인생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빈손만 남은 것 같아 외롭고 허전하기만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요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힘이 없고 체력이 달린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우선 그 사람의 호흡 패턴을 살펴본다. 나는 그 여성을 차분히 앉히고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쉬어보라고 하였다. 예상한 대로 그녀는 날숨을 길게 쉬었으며 날숨 후에 한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다. 들숨은 짧고 강도 또한 약한 상태였다. 그녀의 이런 호흡 패턴은 한숨을 닮아있었다. 한숨을 쉴 때 우리는 짧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면서 다음 숨이 들어오기까지에는 다소간 시간이 걸린다. 말하자면 그녀는 만성적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셈이었다.  

여러분도 계속해서 한숨을 쉬어보라. 5분쯤 지나면 어느새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울적해질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서는 후회가 되는 일들, 엉켜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문제들, 빗나간 관계들이 스멀스멀 떠오를 것이다. 괜히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고, 앞으로도 일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호 흡패턴과 마음 상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요가에는 호흡을 세 개의 분절로 구분한다. 들숨을 말하는 푸라카(puraka), 날숨을 말하는 레차카(rechaka), 숨을 참는 쿰바카(kumbhaka)가 그것이다. 들숨 후에 실시하는 쿰바카를 안타라 쿰바카(antara kumbhaka)라고 하고, 날숨 후에 실시하는 쿰바카를 바히야 쿰바카(bahya kumbhaka)라고 한다. 앞의 여성의 경우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레차카가 길어지고 바히야 쿰바카를 실시하고 있는 격이다. 

요가에서는 프라나와 마음을 거의 동일하게 취급한다. 마음과 프라나는 언제나 함께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프라나를 조절해서 마음을 다스려 명상으로 안내한다. 마음과 프라나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한 현상의 두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프라나는 마음보다 더 거칠지만 마음에 에너지와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프라나이기 때문이다. 생명력은 그 자체로 지성을 갖고 있으며 이런 지성을 우리는 마음이나 의식으로 경험한다. 따라서 아유르베다, 요가, 베다의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프롤리(David Frawley)는 “프라나는 본래 지성이나 마음의 힘이며, 마음은 본래 프라나의 행동과 표현의 힘이다.”라고 하였다. 

다섯 가지 원소, 즉 판차 마하부타(pancha mahabhuta)에 해당하는지, 수, 화, 풍, 공 중에서 프라나는 풍의 요소를, 마음은 공의 요소를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프라나는 활동성을, 마음은 공간성을 더 많이 갖는다. 결론적으로 프라나가 갖는 공의 측면을 강조하면 마음이 되고, 마음이 갖는 풍의 측면을 강조하면 프라나가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격인 여성에게로 돌아가 보자. 프라나의 관점에서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들숨이 약하고 날숨이 길고 강하면 프라나가 몸에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다. 특히 날숨 후에 한동안 숨을 쉬지 않고 있으면 프라나는 더욱 감소된다. 프라나가 감소되면 활동성이 줄어 마음이 고요해지기도 하지만 프라나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고요가 길어지면 마음의 에너지는 축소되어 가라앉고 어두워진다. 즉 마음에서 타마스(tamas) 성질이 강해지면서 마음이 응축되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숨을 쉬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에너지 상태에서는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녀에게 자신의 호흡 패턴을 자각하도록 안내하고 무슨 생각을 주로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누군가를 수년 동안 원망하고 있었고,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망이 사라지지 않는 자신을 더 용서할 수 없다고 고백하였다. 그 누군가는 필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일원일 것이다. 그녀는 참선을 하고 백팔 배를 해도 그 원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미움의 대상보다는 자신을 향한 원망이 더 강한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망하고 있는 자신을 우선 용서해볼 것을 권하였다. 용서란 단단하게 뭉치고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주는 수단이다. 따라서 용서의 대상보다는 용서하는 행위 자체가 응결된 마음을 풀어준다. 특히 우울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향한 비난이나 질책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그녀가 우선 자신의 호흡 패턴을 자각하도록 독려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숨을 내쉰 후에 한동안 숨을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교수님, 저는 제가 숨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이런 현상은 매우 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숨을 쉬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우리 내부 장기의 활동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주로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는다. 혈압, 심박 수, 혈관 수축, 위나 장의 활동 등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호흡의 경우 보통은 자율적으로 일어나지만 의도를 내서 자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절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따라서 요가 수행자들은 자신의 호흡을 조절함으로써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일정 범위 내에서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들숨의 역량을 늘이고 날숨 후에 숨을 멈추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들숨을 충분히 쉬라고 안내하자 그녀는 약간 어지럼증을 느끼고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하였다. 이 또한 만성적 우울 상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으로써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산소가 유입되면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는 예이다. 그만큼 그녀의 뇌는 만성적인 산소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지럼증이 일어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도해보라고 안내하였다. 이런 식의 호흡 훈련을 아침저녁 20분씩 꾸준히 수련해보라고도 권하였다. 덧붙여서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비난하는 생각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기 위해 자신에게 애정과 연민을 보내는 자애명상을 소개하였다. 매일매일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훈련할 것을 권한 후 면담을 마쳤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은 새로운 희망으로 밝아진 것만 같았다. 

한 달 후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을 보고 나 자신도 무척이나 놀랐다. 얼굴에는 붉은 혈색이 돌고 있었고 움직임에는 활기가 생겼다. 그녀는 먼발치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웃음기 어린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덕분에 활기가 생겼어요. 숨만 제대로 쉬어도 살 거 같아요!” 쓸데없이 자신을 비난하고 자학하는 생각 습관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미안한 듯 시선을 살짝 떨구며 “그런 습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여전히 그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알아차리고 나 자신에게 용서의 마음을 보냅니다. 그러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져요.”라고 말했다. 생각의 습관은 보통 호흡의 습관보다 수정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며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격려해주었다. 

마음이라는 내적 기관은 감각, 느낌,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 밖에 있는 대상들은 밖을 향해 열려있는 육안을 통해 볼 수 있지만, 마음은 내면을 향해 열린 심안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심안을 열 수 있을까? 그것은 호흡을 통해서 가능하다. 호흡을 알아차림으로써 프라나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고, 프라나를 느낄 수 있으면 마음에서 흘러가는 내적 경험을 선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데서 출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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