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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신성이 잠들어 있기에
당신에게도 신성이 잠들어 있기에
  • 김이현
  • 승인 2019.11.0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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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신성이
잠들어 있기에

김이현 발행인

 

나오미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6년 전 부산에서였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요가 페스티벌에서 프리야 빈야사 요가 수업을 마치고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고 마무리할 때, 아주 작은 일본 선생님이 인사하며 자신의 요가원에서 프리야 빈야사 워크숍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제의를 했습니다. 그해에 동경 다이칸야마 ‘비오라 스튜디오’에서 프리야 빈야사 워크숍을 하며 나오미 선생님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 후로도 히로시마 요가 피스와 요코하마 요가 페스타 등 일본에서 크고 작은 요가 행사와 워크숍에 초청받아 갈 때마다 나오미 선생님은 물론이고, 많은 일본 요가 선생님과 함께 교류하며 우리나라와 일본 요가인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왔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하며 어디를 가든 잘 챙겨주는 일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항상 고마워서 한국에 관광을 오거나 일 때문에 오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환영했습니다. 항상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서 못 초대했던 나오미 선생님을 올해 코리아 요가 컨퍼런스에 초대했습니다. 아주 작은 키에 작은 몸이지만, 일본 요코하마 요가 페스타에서 에너지 가득한 수업이 인상적이었고 열정 가득한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나오미 선생님은 흔쾌히 오시겠다고 했고 잘 준비해보겠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컨퍼런스가 열리기 십여 일 전에 나오미 선생님은 일본 사람이 한국에 가는 것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 왔습니다. 요즘 아무리 일본과의 사이가 안 좋아도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한일관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지 않고 사지 않는 일본 불매운동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무조건 반일 감정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분명 이런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식민지 지배 당시 일부 일본 기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로 징용하고 착취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엄청난 고생을 했으며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1997년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고, 13년 만인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에 일본은 19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에 위배된다며 우리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역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한일기본조약이라는 것은 한일 간의 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더 이상 과거를 묻지 않기 위해 3억 불의 배상금액을 지불한 조약입니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 개인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이 협정은 정치적인 해석이며 개인의 청구권에 적용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우방국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고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습니다. 강제징용에 대해서 국가 간의 배상과 사과는 이루어졌지만, 기업과 개인 간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주장이 일본 정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억울했던 역사를 안다면 바로잡아야 할 일인데도,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부당한 조처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 가지 않고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불매운동이 반짝하고 말 것이라고 했지만, 수치상으로나 실제로나 일본은 여러 가지로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이 얼마나 더 오래가고 일본 정부에 압박을 줄지 몰라도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은 너무 커졌고 언론들은 서로 경쟁하며 반일,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어느 마을에 아주 포학한 뱀이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 뱀은 마을 입구에 항상 똬리 틀고 앉아 있다가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협하며 물고, 상처 입히며 괴롭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 사납고 폭력적인 뱀에게 혀를 내두르며 상대하지 않고 피해 다녔습니다. 그럴수록 뱀은 더 성질을 내며 더 독한 독을 뿜고 다녔습니다. 마을로 들어가고 나가는 편한 길이 있어도, 사람들은 험하고 좁은 길을 돌아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한 번은 스와미지 한 분이 그 마을을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스와미지가 아무 생각 없이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갈 때,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스와미지를 막으며 다른 길로 가기를 권했습니다. 포학한 뱀이 분명 발뒤꿈치를 물고 늘어지며 행패를 부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와미지는 마을 사람들의 충고와 애원을 뒤로하고 잘 정돈된 마을 길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역시 뱀은 걸어오는 스와미지를 째려보다가 목을 치켜세우고 다짜고짜 물려고 덤볐습니다. 스와미지는 벼락 같은 소리를 치며 뱀을 꾸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의도했든 안 했든 세상 모든 존재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수련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좀 더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아껴주는 마음을 가지며
그 에너지는 더 멀리 있는 존재들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 포악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느냐? 너는 이렇게 사는 것이 좋으냐? 한 번이라도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사랑을 줄 수가 없느냐.”라며 뱀을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뱀은 스와미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뱀도 지금의 상태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피해 다니고, 외톨이가 되어가는 게 사실은 싫었고 주변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뱀은 스와미지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서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겠냐.”라고. 스와미지는 “너는 지금부터 절대로 사람들을 물지 말고 마음의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요가와 명상 수련을 지속적으로 하라. 그러면 너에게 평화가 찾아오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뱀은 스와미지에게 큰절을 하며 꼭 자신은 절대로 사람들을 물지 않고 요가와 명상 수련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스와미지는 뱀을 축복해주었고 뱀은 그때부터 엄격하게 자기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는 뱀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무서워서 주변에 얼씬도 안 하고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뱀은 정말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수련에만 매진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지 않는 뱀에게 사람들이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돌을 던지거나 긴 나뭇가지로 건드려보았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더 가까이 가서 손으로 건드려보다가 뱀을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뱀은 끝까지 스와미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꾹 참고 견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 뱀의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바위에 던져버렸습니다. 뱀은 피투성이가 되어서 겨우 바위틈으로 숨어야 했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거의 죽어가는 모습으로 널브러졌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와미지가 다시 한 번 이 마
을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뱀이 수련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지만, 뱀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무도 뱀의 소식을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뱀이 아마도 죽었을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와미지는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가 소리치며 뱀을 불러보았습니다. 순간 작은 바위틈에서 삐쩍 마르고 한눈에 보아도 힘없이 죽어가고 있는 뱀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와미지는 뛰어가 뱀을 부축하며 왜 이런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뱀은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수련했고, 절대로 사람들을 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다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고 이 꼴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스와미지는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가엽고 안타까운 뱀아, 내가 언제 사람들을 물지 말라고 했지, 무는 흉내까지 내지 말라고 했느냐, 누군가가 너에게 해를 가한다면 수련자로서 물지는 말아가겠지만, 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는 척이라도 해야 했단다. 그래야 자신을 보호하고 수련에 더 매진할 수 있었을 텐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과 동물, 자연은 신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의도했든 안 했든 세상 모든 존재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수련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좀 더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아껴주는 마음을 가지며 그 에너지는 더 멀리 있는 존재들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나오미 선생님에게 우리가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오가는 것을 막을 수가 있을까요. 우리는 일본 정부의 정치와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 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그럼으로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와 정책 그 오만과 아집에 대한 불매운동이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오미 선생님과 일본 선생님들은 코리아 요가 컨퍼런스에 와서 성공적인 수업을 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요가인들이 해야 할 몫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그래야 우리가 서로에게 당당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평화와 자유, 안녕을 기원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요? 한국과 일본의 모든 사람이 하루빨리 서로의 신성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요가저널〉 2019년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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