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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나라 인도, 네 번째 이야기
신비의 나라 인도, 네 번째 이야기
  • 박지은
  • 승인 2019.10.0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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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나라 인도, 네 번째 이야기

여동구(타우요가 대표)

 

인도에는 3억 3천만이나 되는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파괴와 재생을 담당하는 쉬바 신, 유지를 담당하는 비쉬누 신, 창조를 담당하는 브라흐마 신이라는 삼신이 4세기 이후 인도 신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삼대신 중 쉬바 신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민중의 신, 쉬바

인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널리 퍼져 있는 신 쉬바는 조형물은 물론이고 사원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모든 계층 사람에게 있어 예배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이 그러하듯, 쉬바 또한 베다의 전성기에는 한 지방의 토착신에 지나지 않았다. 폭풍우의 신 루드라가 그 전신이라고 전해지고 있지만, 루드라 자체가 수많은 베다의 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쉬바가 불교나 자이나교에 대항하기 위해 민중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던 각 지방의 토착신을 ‘브라흐만교의 신’으로 편입하면서 인도 신화에서 중심적 존재로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쉬바는 이해하기도 쉽고 친숙한데다, 나쁜 것은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파괴하고, 자신을 신봉하는 누구든 아껴주고, 남녀의 성 문제도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 인정해주는 모습을 통해 민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쉬바는 별명도 갖가지다. ‘두려운 살상자’, ‘죽음을 정복한 자’, ‘우주의 주’, ‘땅의 주’, ‘만물의 보호자’, ‘은총을 주는 자’, ’춤의 왕’, ‘갠지스강을 지탱하는 자’, ’달을 상징을 가진 자’, ‘산의 주인’ 등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아마 쉬바가 여러 토착적 요소와 함께 섞여 형성된 과정에서 생긴 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힌두교의 신 관념이 다신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신으로 통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곧 삶이다

파괴의 신인 쉬바에게 ‘우주의 주’, ‘은총을 주는 자’ 등 이런 별명은 아마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파괴와 해체가 신과 관련된다는 점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은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니 신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힌두 사상에서 파괴나 해체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인도의 순환적인 시간관에 의하면 이 세계는 창조와 유지, 해체의 과정을 되풀이하므로 이 우주의 순환에서 창조된 것은 엄격한 법칙에 의해 해체될 수밖에 없다. 그 해체를 담당할 존재가 바로 쉬바이고, 그래서 쉬바는 우주의 파괴력 또는 해체의 인격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힌두 사상에서 파괴나 해체는 결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만은 아니다.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윤회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는 인도인들에게는 죽음 또한, 새로운 형태의 삶이다. 인도인들에게 죽음이나 파괴, 해체는 말 그대로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초하여 쉬바의 기능과 역할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당연히 식물과 동물, 인간의 번식 과정에서도 쉬바 신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생명이라는 자산

쉬바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로 재미있는 것이 있다. 쉬바는 인격화된 개념도 있지만, ‘링가’라는 남성 성기의 상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창조적 원리로 표현된 링가(남자의 생식기)와 요니(여자의 생식기)의 상징은 현재 인도 사원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최고의 창조적 힘의 징표로 쉬바가 숭배 받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남녀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링가나 요니로 쉬바 신을 표현한 것은 성 에너지와 연관 지은 것이지만, 결국 생명의 풍요로움이 대범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기에 이것을 두고 음란하다거나 퇴폐적이라는 느낌을 찾기엔 어렵다. 그야말로 ‘링가상’은 인도 전역의 거리에서 볼 수 있으니. 숭배자들에게는 성스러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쉬바는 순수 에너지이면서 활력, 힘, 생명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쉬바의 춤도 결국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잠깐 힌두교의 사상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힌두교에서 박티 사상과 함께 샥티 사상은 매우 중요하다. 샥티 사상은 탄트라교라고도 하는데 샥티란 활동, 창조, 생식 등의 능력을 나타내는 여성명사로 탄트라교에서는 성 능력의 의미로 사용된다. 본래 힌두교의 삼신관에서는 브라흐마가 최고신으로서 어떤 속성도 띠지 않고 비활동적인 반면, 비쉬누와 쉬바는 각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샥티 사상에 의하면 쉬바는 원래 비활동적이었는데 샥티와 결합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즉 쉬바는 샥티와 결합했을 때 창조 활동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활동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인도인들 사이에서 쉬바 신의 창조 활동을 ‘쉬바샥티’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더 바랄 것이 없는 경지

여기서 잠깐, 그럼 전월 호 브라흐마 신을 떠올려보면, 브라흐마도 창조자인데 금욕적 파괴자이면서도 재생을 의미하는 쉬바와 혹시 갈등을 겪는 대립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미리 답을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두 신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엄연한 창조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오히려 서로 역할을 교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라흐마, 비쉬누, 쉬바 이 삼신상에서 중앙에 있는 신은 쉬바다. 바로 이러한 모습으로 모든 창조력과 파괴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조화, 합일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화와 합일의 상태! 그것이 결국 우리가 찾고자 하는 요가이지 않을까? 창조가 있으면 파괴가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어느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까 혹시 고민하고 있다면, 여기서 해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한 가지 더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순간 나를 바라보고, 나를 자각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이 칼럼에 나온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짧은 이야기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여러분이 읽어보고 인도 신화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면, 이 글을 쓰는 나의 소명은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선 삼대신 중 마지막으로 ‘유지의 신’ 비쉬누에 대해 준비했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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