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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디왈리!
해피 디왈리!
  • 김이현
  • 승인 2018.12.0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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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디왈리!

김이현 발행인

 

디왈리(Diwali)는 ‘불의 행렬, 빛줄기’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디파발리(dipavali)’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선이 악을 이긴다는 의미이며,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뜻입니다. 언제부터 축제가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대 인도 신화에서부터 시작된 축제라서,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도의 가장 큰 축제입니다. 유지의 신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빛)와 그의 헌신적인 원숭이 하누만이 랑카의 왕 라바나(어둠)를 물리치고 부인 시타를 구해서 돌아오는 날을 기념하는데, 아요디야 왕국으로 돌아오는 길과 집에 수많은 등불을 피운 데서 축제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디왈리를 새해의 시작처럼 여기는데, 집과 가게들을 깨끗이 청소하고 수많은 작은 등불을 밝히고 새 옷을 입으며 식구들이 모두 모여서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서로를 축복합니다. 

 

리시케시 거리는 디왈리 축제로 번잡스러웠습니다. 거리마다 조금은 촌스러운 조명들 때문에 어수선했는데, 그나마 작은 양초들과 꽃 장식들이 어우러지면서 오래된 축제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약과 불꽃들이었습니다. 사람이 바로 앞으로 지나가든 말든,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남자든 여자든, 모두 폭죽을 터트리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인도에서는 신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폭죽을 며칠 전부터 터트린다고 합니다. 폭죽이 더 크고 화려할수록 신들이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인데, 설마 신들이 그 사람들의 위치를 몰라서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문화적 호기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과 생각들이었지만, 나흘이 넘도록 이어진 폭탄 놀이에 약간의 짜증까지 밀려왔습니다.
한번은 걷기 명상을 하며, 갠지스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마을 오솔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조용했고 마음 깊은 평화를 느끼며 걷고 있는데, 바로 발밑에서 폭죽이 터졌습니다. 한순간 아찔해지며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먹먹함이 덮쳤고, 귓속 깊이 아득해지면서 심장이 멎듯 쓰러질 뻔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서 든 생각은 분명 테러가 일어났거나, 아니면 전쟁이라도 난 게 아니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신은 오직 하나야. 그건 진리고 진실이지.
세상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신을 부르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야.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도 이어지던 폭죽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다음 날, 축제의 열기가 좀 수그러진 락쉬만 줄라 골목길을 걸어갔습니다. 음식점과 짜이 파는 노점들과 티베트에서 온 옷가지들, 그리고 여러 가지 요가 용품들이 즐비한 골목길은 언제나 흥미롭고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인도의 신들을 형상화한 신상들을 파는 상점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서 구경하며 반나절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상점 안쪽에서 하나하나 구경하며 나오다가 허리만큼 오는 시바 신을 오래 어루만지고 있을 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도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하리 크리슈나! 크리슈나 신을 좋아하는구나.”
순간, 어루만지던 시바 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이 신상은 누가 봐도 시바 신인데, 라고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보탰습니다.
“아, 이건 시바 신이에요. 전 신들을 다 좋아해요.”
얼굴 가득 미소까지 띄우며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누런 이를 내보이며 그가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야. 이 신상은 크리슈나야, 크리슈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외국인이고 인도인들보다 신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크리슈나와 시바 신은 구별할줄 안다고, 열 번이 넘는 인도 여행과 신화 공부로 이제는 어느 정도 신들이 눈에 익어서 신상들뿐만 아니라, 그림을 봐도 시바와 크리슈나는 물론이고 락슈미, 파르바티, 사라스와티, 칼리, 두루가, 쿤달리니를 비롯해 웬만한 신들은 대충 구별할 줄 안다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이 신상은 시바 신입니다. 봐요, 타잔처럼 옷을 입었고 삼지창도 들고 있고, 허리와 헝클어진 머리에 뱀도 있고, 요가의 신답게 명상 포즈를 취하고 있잖아요. 분명, 시바 신입니다. 저는 인도 신화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는 신들을 구별할 줄 알아요, 저를 놀리는 건 아니시죠?”
조목조목 유머까지 섞어가며 설명했는데, 나이 지긋한 인도 남자는 여전히 뚱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신을 잘 구별한다면서 정말 아무것도 구별 못 하는구나. 이 신상은 크리슈나 신이야. 그건 분명해. 다른 이름이 있다면 그건 시바 신이겠지. 또 다른 이름이 있다면 하누만이고 가네샤일 거야.”
이건 또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그는 마지막 말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세상에 신은 오직 하나야. 그건 진리고 진실이지. 하지만, 많은 이름으로 불릴 뿐이야. 세상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신을 부르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야. 그래서 이 신상은 크리슈나야. 너는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되는 거야.”
그러면서 다시 한번 누런 이를 보이며 미소 짓더니 “해피 디왈리!” 하며 가던 길을 가버렸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크리슈나라 불리는 시바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바로 발 앞에서 폭죽이 터지며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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