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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수밖에 없는 어느 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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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01월 08일 09:30:00

행복할 수밖에 없는 어느 나라 이야기

발행인 김이현 원장

 

첫눈 오는 날이 법정 휴일인 나라가 있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라고 휴일로 지정한 것입니다. 전 국민의 97퍼센트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부탄이라는 나라입니다.
1972년, 17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4대 국왕이 “나는 국민 소득이 아닌 국민의 행복 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라고 발표하며 발안한 GNH(국민총행복)를 바탕으로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이 제공되며 사교육이 없는, 신들의 정원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이 나라는 국민의 행복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다는 불교 국가, 부탄입니다.

부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지만, 잘 정돈된 사회 복지와 도덕적인 사회 지도층, 그리고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국가 운영, 거기다가 국민 대다수가 같은 종교를 믿고 있는 하나의 통일성 때문에 행복 지수가 높게 나온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탄의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전 국토의 60퍼센트를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탄에서는 꽃을 함부로 꺾지 않는다고 합니다. 꽃도 엄연히 살아 있는 생물이고 수분을 통해서 씨앗을 남겨 다음 세대를 이어 가기 때문에 그것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저 자연 그대로 풀과 나무에 피는 꽂을 바라볼 뿐입니다. 또한 부탄에서는 야생동물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들이 믿는 종교와도 연관이 있겠지만, 동물들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히말라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인 검은 두루미도 부탄에서만은 안전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들짐승들도 검은 두루미를 해치지 않는다고 하니 분명 신성한 히말라야의 에너지가 흐르는 곳이라고 할 만합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계에 매듭이 없으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삶과 삶의 관계는 인연으로 맺어지며 그것이 아름다운 관계였을 때 행복하다.’ ‘신을 통해 나의 행복을 다스린다.’ 이 사실들이 부탄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산과 들을 싸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죽은 까치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동네 꼬마들과 함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묻고 몇 번이고 찾아가서 과자 부스러기를 놓고 온 기억입니다.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도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며 아이들과 함께 장례 절차를 자못 경건하게 치렀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온 동네가 소와 개와 원숭이와 돼지들, 조랑말과 고양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때로는 원숭이가 물건을 빼앗아 가고, 소가 똥을 싸면 밟거나 피해 가야 하고, 새끼를 거느린 돼지들이 나타나고, 짐을 실은 조랑말을 좁은 골목에서 만나야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공존하며 같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우연히 보게 된 광경인데한 마리의 개가 죽어 있었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아마 주인은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개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거나, 한 손을 내밀어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은 본인 가슴에 대거나, 멀리서 달려와 천으로 덮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개를 아주 조심스럽게 옮겨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은 마을마다 개나 소, 원숭이가 죽으면 장례를 치러 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같이 살아 온 이웃이었기에 생명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행동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반려 동물 천만 시대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 중 5명 중 한 명이 반려 동물과 같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랑도 대단해서 크고 작은 사건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나친 사랑으로 인한 반작용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반려 동물들과 이별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이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슬픔 중에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땅에 동물을 묻어 주는 것은 전염병 발병 위험과 환경 오염 때문에 불법입니다만, 합법적으로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상 합법적인 동물 장묘 시설을 통해 장례를 치르는 방법이 있는데, 만만치 않는 장례비용은 차치하더라도 합법적인 동물 장묘 등록 업체가 전국에 14곳뿐이어서 이 방법을 따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어 종량제 봉투에 담겨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된다는 것입니다. 동물 병원에 의탁하면 의료 폐기물로 처리되어 소각장으로 보내지는데, 이는 생활 폐기물로 처리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동물 사체는 암매장되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겨 처리됩니다. 그 수는 연간 8만 마리에 육박합니다.
동물의 장례를 치르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나라, 그리고 동물을 생활 폐기물로 처리하는 나라. 1970년대 두 나라의 GDP는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후자가 전자보다 66배 높은 GDP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후자가 정말 ‘잘살게’ 되었다면, 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나라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어야 합니다.
얼마 전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 오는 날이 법정 휴일인 그 나라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진짜 잘사는 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아닐는지. 진짜 행복한 나라는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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