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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없애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편견을 없애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요가저널 코리아
  • 승인 2017.10.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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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없애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발행인 김이현 원장

 

 

지미 유타나 선생님은 태국 사람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대머리이면서 배가 살짝 나온, 어느 정도 나이 들어 보이는 전형적인 아저씨 모습을 하고 계셔서 요가원 회원이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태국 요가 페스티벌에서 저와 같은 시간대에 수업을 하고 계셨고, 심지어 선생님의 강의장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와 아주 대조적으로 바로 옆 강의장에서 열린 저의 프리야 빈야사요가 수업에는 겨우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약간은 의심의 눈초리로 수업을 준비하는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은 위축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야외 수업이었고 날은 더웠으며 햇빛은 강했습니다. 스스로 저는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태국 요가 페스티벌에서 프리야 빈야사요가 수업은 처음이고, 태국 말 하는 사람 수업에 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건 당연한 거지. 내 수업은 영어 통역 수업이라 태국 사람들은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미 유타나 선생님은 뭘 가르치는 분일까?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그날 저녁 강사 디너파티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먼저 인사하시며 호탕하게 당신을 소개했습니다. 태국 마사지 수업을 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지미 유타나 선생님의 페이스북 사진들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듣도 보도 못한 어마어마한 아사나 자세들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모습과 사뭇 다른 선생님의 젊은 시절 요가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이 정말 당신인가요?” 물었을 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응, 저거 내가 젊었을 때 사진들인데 정말 못하는 자세가 없었지. 정말 잘했어. 하하, 근데 지금은 못해! 힘들어. 안 하니 좀 편해. 그래서 안 해. 하하하!”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지미 유타나가 아닌 현재의 마사지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열띤 대화를 주도했습니다.

 

2017 코리아 요가 컨퍼런스에는 태국 최고의 마사지 선생님인 수타닌 바냐트피야포 선생님이 참석하셨는데, 수업 진행은 물론이고 태국 마사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 운영도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처음 홍대에서 봤던 수타님 선생님의 첫인상은 보내 준 사진과 다른 모습이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계속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손을 약간 들어 올려 허공을 휘젓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화를 하시는데, 그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조금 모자라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봐도 태국 최고의 마사지 선생님은 고사하고 ‘태국 마사지를 할 수는 있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에 하루를 보냈습니다.

컨퍼런스가 시작하기도 전에 부스 설치와 여러 준비들로 벌써 지쳐 있던 첫 날 오전, 수타닌 선생님께 마사지 한번 받아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미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의 편견이 신뢰와 경외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치료에 가까운 터치를 경험했고 그 잔상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타닌 선생님의 타이 마사지 수업도 재미와 깊이가 뛰어났습니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만의 매력이 가득했던, 참가자 모두에게 신선한 수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의식하고 있든 의식하고 있지 않든, 자라 온 환경과 배운 지식에 의한, 어쩌면 잘못된 주입식 교육으로 만들어진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 모든 것들의 편견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려야 사라지겠지요. 그래서 가끔은 편견 때문에 놓쳤던 많은 것들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차츰 알아 가고 있습니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던 태국과 인도네시아, 중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여행하며 만난 많은 요가 선생님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잘 가르치고 있는지를요.

 

저는 지금 일본 요코하마 요가페스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좀 있어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고 있습니다. 한창훈 선생님의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인데, 환경이 아주 안 좋은 섬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법을 만들기로 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냈는데, 여러 날을 토론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바다를 바라보던 어린아이가 말합니다.

“바다의 특징은 잔잔하거나 파도가 치거나 똑같이 한다는 것이에요, 그제는 한 팔 정도의 파도가 쳤는데 모두 그 높이였어요. 어제는 가문비나무 높이만큼 치솟았는데 모든 파도가 그랬어요. 오늘은 보시다시피 똑같이 잔잔해요.”

그래서 그 섬의 법은 단 한 문장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뻗어 “저는 당신보다 높지 않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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