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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미로 속에서 삶의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때로는 미로 속에서 삶의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 요가저널 코리아
  • 승인 2017.08.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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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함께 배를 타고 가트를 향해 쭉 뻗은 갠지스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화장터 앞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해질 무렵 메인 가트인 ‘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 강가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의식 ‘아르띠 뿌자’도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뿌자가 모두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거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쓰레기를 태우며 나는 매캐한 냄새 등으로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가트에서 호텔까지는 큰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길은 이미 많은 차와 오토바이 릭샤와 소들과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큰길 옆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는 골목길들이 처음 온 여행자들에게는 어쩌면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바라나시 골목길입니다. 어쩌면 낮에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사람에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골목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두워지고 전등 빛이 희미하거나 아예 없는, 늦은 밤의 바라나시 골목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골목길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 역시 한 번 가 본 길은 대체로 기억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의 골목길에서는 낮에도 반나절을 헤매며 고생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위험한 밤거리, 게다가 일행이 모두 여자 선생님들이라서 안전 때문에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그런데 큰길에 막 들어서는 순간, 검게 그을린 얼굴에 남루한 차림의 릭샤왈라가 가까이 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과 동료들의 사이클 릭샤를 가리키며 안전하게 호텔까지의 도착을 약속했고 바로 흥정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금액부터 시작했지만, 그래도 위험한 밤거리를 걸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의 바가지를 감수하고 안전하고 편하게 가겠다는 결심으로 몇 개의 사이클 릭샤에 나눠 타고, 그중 맨 끝의 릭샤에 앉았습니다. 사이클 릭샤는 어지럽고 혼란한 사람들과 차들을 피해 일렬로 보기 좋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고단했던 하루 일정이 마무리 되어 가고 있고 안락한 호텔에서의 휴식을 상상하며 긴장의 끈을 놓고 있을 때, 바로 앞에서 달리는 사이클 릭샤 한대가 어두운 골목 길로 빠져 나가더니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릭샤에 타고 있던 선생님 두 분이 사이클 릭샤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갑자기 온몸에 긴장감이 엄습하고 페달을 힘껏 밟고 앞만 보고 가는 릭샤왈라를 거칠게 움켜 고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눈만 끔뻑이며 흥분한 채 소리 지르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한참 멍하게 있던 인도 사내는, 그 당시만 해도 인도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인 ‘노 프라블럼’만 노래하듯이 쏟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는 사내를 앞세워, 골목길을 재촉하며 사라진 릭샤를 따라가던, 어둡고 좁고 음산했던 바라나시 뒷골목을 달리던 십여 분은 살면서 가장 복잡한 감정과 분노와 공포가 함께 존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 바라나시 가트에서부터 호텔까지 큰길이 아닌 지름길로 신나게 달렸을, 검게 그을리고 남루한 차림의 인도 사내가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여 분간 폭삭 늙은 내가 도착하자, 환하게 웃으며 바가지 금액을 요구했습니다. 반가움과 분노와 기쁨과 노여움이 뒤섞인 그때의 감정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골목은 위험한 미로이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름길일 수도 있습니다. 삶이란 큰길처럼 단순하고 명확하게 뻗어 있지만은 않습니다. 큰길을 따라가는 이는 알 수 없을 골목의 모험 속에서 우리는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독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움직이는 바라나시 뒷골목 같은 미로들처럼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웠던 지난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 보면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하는 뒷골목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고, 그리고 그 끝에는 릭샤왈라의 환한 웃음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요가저널〉도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복잡한 바라나시 뒷골목이 있듯이 〈요가저널〉도 미로 같은 골목길을 힘차게 헤치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해는 어떤 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질지, 어떤 식으로 힘차게 이겨낼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가저널〉은 더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이제까지는 미국 〈요가저널〉 표지를 사용하였는데, 좀 더 〈요가저널〉 코리아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서 신년호부터는 한국 선생님들을 표지 모델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일본 후쿠오카에서 활동하시는 히키박 선생님이 〈요가저널〉 1월호 표지 모델로 선정됐습니다. 일본,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히키박 선생님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와리옴의 작품들을 〈요가저널〉에 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선뜻 허락해 주신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요가저널〉 코리아 표지를 한국 선생님들로 할 예정이오니, 한국의 많은 요가 선생님들의 관심과 도전을 기다리겠습니다. 꼭 잘 알려진 분들이 아니어도 요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요가저널〉 운영진들도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요가저널〉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싶은 용기를 내 주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연락도 고대하겠습니다.

 

발행인 김이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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